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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in Movies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인공지능 HAL9000에 대하여

by doodlie 2024. 2. 9.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 안에는 선장 ‘보우만’과 승무원 ‘풀’,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이 타고 있다. 평화롭던 우주선은 ‘할’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를 맞는다. 특히나 이 영화는 60년대 작품으로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에 만들어진, 올해 개봉 51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SF 우주 영화.
평점
8.3 (1968.01.01 개봉)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다니엘 리치터, 레오나르드 로시터, 마거렛 타이잭, 로버트 비티, 숀 설리번, 빌 웨스턴, 에드 비숍, 글렌 벡, 알랜 기포드, 앤 길리스


" I am the H.A.L 9000. You may call me Hal.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Space Odyssey>, 1968년에 개봉한 미국의 첫 SF영화이자 지금껏 현존하는 SF 영화 중 최고로 꼽히는 걸작이다. 미스터리한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주인공 '데이브 보우만', 승무원 '풀', 그리고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타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다룰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글의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확실한 건 인공지능 '할'의 행동과 말을 위주로 스토리를 분석할 것이다. 
 
HAL 9000은 정확히 무엇일까? '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의 약자로, 직역하면 '발견법적으로 프로그램된 연산 컴퓨터'이다. Hal은 인간과 교감을 한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고, 입술을 읽을 줄 알고, 비평을 할 줄 알고, 감정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과 체스게임도 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되어있는 아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목소리 톤이다. 친숙한 남성의 목소리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톤이 인간이 아닌 컴퓨터라는 점을 강하게 인지해준다. 
 

HAL의 고장

할은 우주선 디스커버리 호에 실린 데이브와 프랭크와 대화를 이끄면서 이번 탐사 미션의 진상을 어디까지 아는지 떠본다. 그리고 할은 우주선의 통신 안테나가 고장 났다고 전하지만, 이들이 안테나를 확인해 보니 안테나는 정상이었다. 그렇게 할에 오류가 있음을 판단하고, 데이브와 프랭크는 필수 기능만 제외하고 할을 제거하자는 대화를 나눈다. 이들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면, 할은 이 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여기저기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입모양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점으로부터 할은 우주탐사선을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동면중인 승무원 3명의 생명 유지 장치를 꺼 살해한 후, 모듈 교체하러 간 프랭크를 우주 밖으로 나가 떨어지게 만들었다.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 승무원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AI가 "자기 보호 본능" (self-preservation)을 가질 수 있을까? 할은 보통 인공지능이 아니다. 

다행히, 현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목표는 모두 인간들에 의해 결정되어 있어 목표를 자율적으로 바꿀 수 없다. 할은 인간이 상상하는 초지능 (Superintelligence), 즉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지능의 모습일까? 하지만 이것도 아직 존재하지 않고, 어떤 역할을 할지 어디까지나 다 가설일 뿐이다. 

Warner Bros.

"I'm sorry, Dave. I'm afraid I can't do that."

승무원들이 위험에 빠진 걸 알아챈 데이브가 포드 문 앞에 와 할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를 하지만, 할은 "I'm sorry, Dave. I'm afraid I can't do that."라며 차분하게 무응대한다. "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니. 할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니까 이보다 더 섬뜩할 수가 없다. 할은 데이브의 동료 네명을 죽이고, 이제 데이브까지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하려고 한다.  
 

"My Mind is going. I can feel it. "

(스포주의) 데이브는 결국 우주복 없이 비상 해치를 통해 우주선 안으로 진입하여 할의 핵심 기능인 Memory 모듈을 제거한다. 기억, 자아, 사고가 들어간 모듈이다. 이에 겁에 질려 할은 데이브에게 제거하지 말라고 애원한다. "Dave, stop. Stop, will you?"
구걸하는 상황이지만 역시나 할은 아무 감정 없는 듯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한다. 아래 영상이 그 장면이다. 우주복 속 데이브의 숨소리 때문에 답답하면서도, HAL의 흔들림 없지만 다급한 말 때문에 소름 끼치는 장면이다.
 
"I can feel it." 
할은 컴퓨터이지만 종종 자신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어필한다. 

HAL이 이상행동을 보인 이유는?

어느 인터뷰에서 큐브릭 감독님은 직접 할에 대한 해석을 해주었다.
"할은 자신의 오류를 받아들이지 못해 급박한 정서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부분의 advanced computer theorists (고급 컴퓨터 이론가)들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고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순간, 그것이 인간처럼 공포, 사랑, 혐오 등, '감정'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기계는 결국 신경쇠약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마치 할의 모습처럼 말이다."
 

2001: Space Odyssey = 작가가 예측한 미래의 모습 ?

무엇보다 이 작품이 1960년대에 개봉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사실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기 전이다. 당시 과학자들이 밝혀낸 우주에 대해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미래기술들이 등장한다 (음성 신분 확인, 무중력 화장실, 우주 간편식, 화상전화, 우주 간편식, 등). 
그리고 HAL 9000의 모습은 '강인공지능' (Strong AI) 수준의 기술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1960년대 후반에 작가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미래의 인류가 겪을 기술 발전의 딜레마를 미리 내다본 느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작품은 우리에게 더 와닿는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지금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사용, 법, 윤리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